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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핏 이야기글처럼 보일 가능성이 없지만은 않을지도 모를 개발새발 낙서 모음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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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주
2011/04/10 14:08 | Posted by FrozFire

   도시의 밤을 비상경보가 뒤흔들었다. 온몸을 전율케 하는 중후한 진동과 더불어 날카롭게 울려 퍼지는 세 번 단위의 다른 주파수를 가진 기계음.
   탈주 - 치명적인 - 맹수.
   이런 상황이 닥쳤을 때 일반적인 시민의 올바른 대처법은 문을 굳게 걸어 잠그고 강화격벽을 가동시키는 것일 테지만, 내 경우는 그럴 수 없었다. 이 경우, 내 임무는 전투용 강화복을 착용하고 대 맹수용 파동총을 장착한 뒤 신속하게 현장으로 출동하는 것이다. 나는 시민의 안위를 책임지는 이 도시의 경비대원이니까. 말이 간단해서 경비대원이지, 사실상 우리는 도시의 유일한 공식 무장집단이고, 따라서 도시 내부의 치안, 도시 외부로부터의 위협에 대한 방위가 모두 우리들의 책무이다. 세상 모든 도시가 우리와 똑같은 방위체계를 가진 것은 아니어서, 어떤 곳에서는 이런 무장집단을 가리켜 '군대'라고 부르기도 한다.
   열일곱 명의 구역담당 대원들이 각자의 집에서 집결지로 모여드는 데는 그리 긴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어쨌든 우리들은 이런 때를 대비해서 철저히 훈련 받은 정예 대원들인 것이다. 대장의 브리핑은 간략하면서도 명확했다. 놈은 우리들의 두 배쯤 되는 신장을 가지고 2족 보행을 하며 거칠고 육식을 하지만 동시에 굉장히 지능이 높은...... 외래종이라고.
   외래종. 물론 우리는 그 의미를 잘 알고 있었다. 외계 행성계에서 최초의 생명체가 발견된 것도 이미 역사 속에 기술된 이야기다. 현재 세계의 대도시 동물원에는 외계 탐험가들이 포획해온 외계 생명체들이 심심찮게 전시되어 있으며, 그 중에는 우리와 비슷한 환경을 가진 행성에서 포획해온 관계로 별도의 생명유지장치가 필요 없이 단순히 철창 속에 가두어 놓기만 하면 되는 놈들도 종종 존재한다. 운 나쁘게도 오늘 철창을 부수고 뛰쳐나간 놈 역시 그런 놈들 중 하나인 것이다. 명령은 간단했다. 발견 즉시 사살. 당연하다. 내가 알고 있는 지식이 맞는다면 이 놈은 생포 운운하기에는 너무도 거칠고 위험한 종이니까. 이놈들은 원래 자신들이 살던 행성의 생태계에서 최고 포식자의 위치를 차지하고 있으며 그 행성에 이들의 천적 같은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들은 먹이사슬에 의해서라기보다는 스스로의 포악성을 마음껏 표출하며 같은 종끼리 서로 죽여서 자신들의 개체수를 조절해나간다는 것이다.

   내 대원번호는 13번. 동료인 14번과 함께 2인조로 움직이도록 명령 받았다. 그래서 우리들은 지금 외래종의 추정 이동경로 중 하나인 도시 외곽의 버려진 생산시설단지를 헤매듯이 돌아다니고 있다. 물론 생체반응 감지 센서는 작동 중이고, 그래서 우리들은 바짝 긴장해 있었다. 시민은 고사하고 떠돌이 동물들조차 먹을 것을 구할 수 없어 접근할 리가 없는 이곳. 여기에서 매우 뚜렷한 생체신호가 감지되고 있었던 것이다. 그것도 상당히 가까운 거리에서.
   [줄을 서도 꼭 이런 쪽이군. 하필 여기인가.]
   14번의 투덜거림이 강화복에 부착된 통신판을 통해 전해져 왔다. 말의 내용은 저랬지만 별로 겁내는 기색은 아니었다. 나도 최대한 심드렁하게 대꾸했다.
   [뭐, 바꿔 말하면 간만에 포상휴가라도 받을 좋은 기회란 거지. 어쨌든 시민 피해자가 생기기 전에 이렇게 일찍 발견한 게 다행이라면 다행이군.]
   [포상휴가? 헛. 병가나 받지 말라고.]
   철컥. 철커덕. 우리는 약속이라도 한 듯이 동시에 파동총을 장전했다. 어쨌거나 제아무리 포악한 외래종이라도 파동총을 정통으로 맞아서 살아남을 리는 없다. 파동총은 설령 표적에서 살짝 빗겨나가는 정도로만 쏴도 대기 진동수를 순간적으로 엄청나게 상승시켜 표적의 외피를 찢어발길 것이다. 온몸에 은은하게 전달되어오는, 장전된 파동총의 우웅거리는 저진동이 묘하게 안정감을 되찾게 해주었다. 나는 생체신호가 가장 강해지는 방향을 가늠한 뒤 14번보다 먼저 발을 내디뎠다.
   [자. 가자!]
   [지원 안 기다리고?]
   [지원을 요청하더라도 그건 저게 외래종이 확실하다고 확인한 다음이야. 그리고 그 놈이 계속 이 자리에 머물러 있는다는 보장이라도 있나?]
   잠시 투덜거림이 이어졌지만 14번은 더 이상 군말 없이 내 뒤를 따랐다.
   주변에는 버려진 건물들이 밤의 어둠 속에서 흉칙스럽게 비죽비죽 솟아 있었다. 뚜걱. 뚜걱. 뚜걱. 강화복이 낡아빠진 길바닥을 두드리는 소리만이 고요 속을 울리는 가운데 우리는 허름한 건물 사이의 골목길에 접어들었고 그 순간 생체신호의 강도는 최고조에 달했다. 센서의 경보가 울리고 그보다도 더 강렬하게 위험에 대한 직감이 나를 압박해왔다.
   그러나 시야에는 아무것도 들어오지 않았다.
   [뭔가 이상한데. 분명 이 근처에 있어야......]
   14번이 말을 다 맺기도 전에 공격은 시작되었다. 퉁! 하고 강화복에 뭔가 세게 부딪히는 소리가 뒤에서 들려왔고, 나는 재빨리 파동총을 들어올리며 뒤로 돌았다.
   그때 본 광경을 나는 아마 죽을 때까지 잊지 못할 것이다. 조금 전까지 내 바로 뒤에 서있었던 14번은 저만치 날아가서 건물 벽에라도 부딪혔는지 맥없이 널브러져 있었고 14번이 있던 자리에는 '그것'이 있었다. 어스름한 별빛을 등진 검은 윤곽. 두 개의 기둥 같은 뒷다리와 억센 앞다리. 우리 몸통만한 그 놈의 '머리'를 보기 위해서는 한참 위를 올려다봐야 했다. 다시 말해서, 그 놈은 바로 내 눈앞에 버티고 서 있었다.
   [으아아아아!]
   나는 비명을 지르며 있는 힘을 다해서 파동총을 위로 치켜들었고, 바로 발사해버렸다.
   꽈르르릉! 벼락같은 소리가 울려 퍼지면서 뒤이어 무언가 우루루루 무너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옆 건물의 꼭대기 부분이 으스러져 떨어져 내리고 있었다. 하지만 외래종은 여전히 꿈쩍 않고 그 자리에 서있었다. 덧붙여서 내 파동총의 총신은 그 놈의 앞발에 붙잡혀 있었다. 발사직전, 그 놈이 총신을 붙잡고 발사방향을 틀어버린 것이다. 나는 볼 수 있었다. 총신을 붙잡고 있는 외래종의 앞발로부터 끈적한 점액질의 액체가 흘러내리고 있는 것을. 방향을 틀어버렸다고는 해도 어쨌거나 이건 파동총이니까.
   그러나 나는 파동총의 엄청난 위력을 축복할 틈도 없이 거칠게 나가 떨어져야 했다. 외래종이 뒷다리 하나를 들어 나를 걷어차버린 것이다. 순간적인 충격으로 비명도 나오지 않았다. 촘촘히 박힌 밤하늘의 별들이 거칠게 빙빙 돌다가 고정되었다. 나는 속이 완전히 뒤틀리는 고통 속에 꿈틀거렸다. 강화복은 나의 즉사를 막아주었지만, 충격완화에도 한계가 있었다. 나는 괴롭게 뒤척이다가 한 순간 그 놈과 시선이 마주쳤다. 외래종은 다시 바로 내 앞까지 다가와 있었고, 하늘 어디선가 비춰진 희미한 불빛에 그 머리가 똑똑히 보였던 것이다. 놈은 나를 들여다보고 있었다. 얼굴. 그걸 얼굴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난생 처음 보는 외래종이었지만, 나는 희미한 의식 속에 묘하게도 그 놈의 표정이 슬퍼 보인다는 느낌을 받았다.
   퍼억!
   둔탁한 굉음에 이어 무시무시한 포효가 하늘에 울려 퍼졌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외래종은 바닥에 쓰려져 있었고, 덧붙여서 뒷다리 한쪽이 통째로 날아가버리고 없었다. 외래종은 바닥에서 괴롭게 몸부림쳤고 포효는 끊이지 않고 계속 울려 퍼졌다.
   [야. 살아있냐?]
   14번이었다. 비틀거리고는 있었지만 틀림없이 살아서 저쪽으로부터 걸어 나오고 있었다.
   [으... 으응.] 나 역시도 바닥에서 일어났다.
   [평소 사격 연습을 열심히 해둔 내가 정말 고맙지 않냐?]
   그 말 그대로이다. 상당한 거리에서 쏜 것이 분명하고 나와 외래종은 거의 바싹 붙어 있었는데도 14번은 귀신같이 외래종만을 저격하는데 성공한 것이다.
   [아 그래. 실수로 이 놈을 맞춰져서 얼마나 고마운지.]
   14번은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웃기지도 않는 농담이었지만, 둘 다 괴물로부터 살아남았다는 기쁨이 너무도 컸던 것이다.
   그리고 그 괴물은 아직도 숨이 남아서 꿈틀거리고 있었다. 하지만 잘려나간 뒷다리에서 쏟아지는 점액으로 보건대, 그리고 꿈틀거림의 강도가 점점 약해지는 모양새로 봐서 그리 오래 버티지는 못할 것이다. 커다란 이빨이 가지런히 박힌 입이 미약하게 움직이며 뭔가 계속 그르렁거리고 있었지만 점액은 입에서도 흘러나오고 있었다.
   잠시 말없이 그 모습을 바라보던 14번은 다시 파동총을 들어 놈을 겨냥했다.
   [끝내자. 이 녀석도 이런 상태로는 살아있는 게 괴로울 뿐일 테니.]
   나는 말없이 동의했다.

   현태는 거칠게 숨을 몰아 쉬었다. 다리의 통증은 이미 느껴지지도 않았다. 아마도 격통 속에서 뇌내 마약이 과다하게 분비된 것이겠지. 몽롱한 의식 속에서 현태는 중얼거렸다.
   "이 괴물 자식들아... 날 집에 보내줘... 지구로... 돌려보내줘......"
   물론 외계인들이 현태의 말을 알아들을 리는 없었다. 알아들었다 해도 그걸 들어주기에는 너무 늦었을 테지만.
   두 난쟁이 외계인들 중 하나가 무기를 들어 현태의 머리를 겨냥했다.
   현태는 눈을 감았다.

   - < 끝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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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진부하다.
volume info: 1015W - 23P - 7.3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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